비디오 스크립트 쓰기 전에 워밍업 한번 해본다.
내가 노르웨이에서 산행 마치고 스톡홀롬에 정착해가고 있을 때 얘기임. 호스텔에서 지내고 있어서 그런지 컨디션이 항상 100퍼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코드짜고 모임 나가면서 이 사회를 알아가던 시절이었음(2달 전 얘기임). 그 당시 목표는 매주 꼭 한번씩은 모임에 나가서 친구 만들거나 네트워킹 하자는 계획이었음. 지금 되돌아보면 나도 인터넷에서만 보고 들은 것만으로 맨땅에 헤딩하던 느낌이었고, 이 계기로 그냥 포기했음.
뭐, 바지에 똥싼 정도의 민망함은 아니였지만 느낌은 비슷했음. 자만했었던 거일지도.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면접 연습하고 동아리 활동하면서 발표 기회가 많았음. 그 경험으로 내가 대중 앞에서 불안감을 느끼거나 부담을 갖지는 않음. 문제는 자폐증이 모든 것을 망침. 난 말을 참 못한다. 케쥬얼하게나, 공적으로나.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고, 학교 있을 때부터 선생님분들 한테서도 이 얘기를 들음. 내가 표현력이 부족하데. 알겠지만 한국에선 mental health 문제가 그리 알려지지 않아서 다들 “쟤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었음. 한편으로는 나도 계속 이렇게 연습해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리 되수롭지 않게 넘어감. 그렇게 산지 10년. 이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말을 자연스럽게 못하는 문제가 점점 심해지는 느낌임. 이게 나의 nemesis 인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사람들하고 전혀 부딪히지 않고 내 일만 열심히 하면서 살고 싶지만, 그건 화상일 뿐임. 사업을 차리기 위해서는 네트워킹하고 커넥션이 있어야 하고, 일을 구하려해도 대화 스킬은 없어서는 안 됨. 아무리 생 노가다 판에서 일한다 해도 소통이 부자연스럽거나 남들에게 불편함만 끼치면 그것도 못 함. 우리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폐인게 뭐가 문제냐고, 내가 자폐가 애초에 있냐고 말하면서 그냥 이 문제를 dismiss 하려는 태도가 강한데, 나름대로 쉽지 않음.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과 탑인 나를 취업시켜 주려고 열심히 면접 연습을 도와줬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마처 “소셜스킬 부족때문에 영훈이 앞으로 살아가는대 참 힘들겠다”라는 말씀을 다들 차마 못하셨던 것 같다.
쨋든, 스톡홀롬에서 지내면서 Goto10 에서 하는 meetup 모임에 가봤음. 이번 참에 발표 연습이나 해야겠다 해서 가기 전에 슬라이드 몇개 끄적여서 감. 한 10명 정도 모였나? 절반 이상은 KTH에서 석박사 과정 하고있는 대학생분들이었고, 나머지는 관심자랑 현업에 계신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었음. 내 발표주제는 내가 몇년 전에 취미로 만든 리눅스 바이러스에 대한 아이디어였음. 모임 주제가 Creative Coding이고, 내가 바이러스로 만들고 싶은 것도 엔지니어링 보다는 예술적인 성격이 강해서? 주제 맞는거 같아서 한번 발표를 해봄. 아이디어는 그리 대단한거 아님: MONA 같은 예술관에 IoT 가전기기가 가득 찬 방 하나 만들고, 바이러스에다 wormable exploit 몇개 더 구현해서 퍼뜨리는 거였음. 퍼지는거 visualise 해서 IoT가 얼마나 안좋은 아이디어 인지를 사람들한테 보여주자는 취지임… 많이 힘들었음. 중간에 계속 생각이 막히다 보니까 말이 막혔음. 그냥 포기하고 싶었지만 땀내면서 마무리 했음. 내가 나이가 들은건지, 언어 장벽이 있는건지, 뇌에 문제가 생긴건지, 불안감인지.. 여전히 모름.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는 이미지는 한 대학원생이 박수치면서 condescending 한 고개 끄덕임과 얼굴 표정.
그 뒤로는 그렇게 자기망신하지 않기로 했음. 내가 이 얘기를 왜 하냐하면, 유튜빙이나 vlog 할 때도 말문이 끊기고 생각이 막혀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Gopro로 찍은 영상 편집하면서 느끼고 있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떤식으로 보는지 좀 깨닫게 됨. 내가 왜 이렇게 사람들 만나기 힘들어 하는지, 친구로 남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등등. 점점 하나씩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음. 주변에 그나마 붙어있는 사람들이 참 이해심 높은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음. 참 주변 사람들 내 말 들어주고 하나하나 받아주는게 힘들 거라는 것을 많이 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함. 호주 있으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내 면전에 “쟤 진짜 짜증난다”, “나한테 말걸지 마라” 이런 코멘트를 많이 날렸음. 나는 마음같아서는 그냥 입 꾹 다물고, 말 한마디 안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어딜가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Meetup이나 패북 정모같은데는 항상 나처럼 소셜스킬 부족한 사람이나 이렇게 사회에 융화되지 못한 expat 만 만날 수 있어서 계속 시간 낭비하는 느낌임. 내가 맬번에 있었을 때도 그랬고, 퍼스에서도 그랬고, 여기도 똑같음. 그 뒤로는 그냥 미래 생각해서 돈벌 궁리와 앞가림에만 집중하기로 했음. 인터넷 찾아보면 “스웨덴에서 일 구하려면 네트워킹이 생명이다” 라는 레파토리의 글들이 대부분임. 솔직히 세상 어딜가나 다 맞는 얘기 아닌가. 여기는 IT 산업 구인난은 항상 있다고는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몇년 간은 recession일 가능성이 높다네. 바에서 얘기해보면 그래도 내 스킬셋이 IT라서 다행이겠다는 말을 다들 함. 근데 IT 쪽 사람들하고는 한번도 말을 안섞어봄. 그만큼 그 쪽 사람들이 적은건가?
요즘 내 영상보면 Terry Davis 씨를 보고있는 느낌이 남. 내가 그 분처럼 능력이 대단하거나, 실제로 편집증이 있다는 얘기는 아니고, 내가 코딩얘기하면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보겠구나 생각함. 그리고 더 나아가서 얍잡은 사람들은 나 덜 떨어진 걸로 취급하고 낮잡아 보고, 이용하려 하기도 함. 이 메일을 받는 몇분은 누구를 향한 말인지 알거임.
COLOPHON
Signed-off-by: David Timber
Acked-by: 1
| DATE | COMMIT | MS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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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25 | b05817346262 | on-speach-impediment: initial comm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