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서 차키 읽어버린 적

Group pic at the rig Expo drilling site

// 주황색 옷 입은 놈이 내다.

2022년도에 내가 탐광(exploration drilling)일을 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임. 2:1 스윙을 하던 시절이었음. 광업이나 oil & gas 산업에서 2:1 혹은 14:7 스윙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됨.

// 노르웨이 유정 산업이랑 스웨덴 임업 쪽에서도 많이 쓰이는 듯 하다

무슨 뜻이냐 하면, 2주 혹은 14일을 연속으로 비행기 타고 외지에 나가 일하고 1주일 혹은 7일을 집에 돌아와서 쉬는 식으로 로스터를 돌리는 것을 스윙이라고 말함. 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일이지만, 그만큼 보수가 높고 휴일을 길게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음. 최저시급 일 치고는 꽤 많이 받아서 나는 드릴링할 때 항상 스윙에서 돌아오면 당일날 바로 비행기타고 호주 동부로 가서, 빅토리아 주 살면서 못했던 것을 하나 씩 하고 그랬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발리 같은 가난한 동아시아에 가거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광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러다 보니 다들 크게 놀 줄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음(안그러면 정신나가 죽기 때문에). 나는 호주 동부에 미련이 남아있고, 발리는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가도 되는 곳이니 최대한 호주에 있는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고자 그런 선택을 함. 지금 와서는 굳이 그래야 했는지 의구심이 듦. 특히 제일 힘들었던 점은 쓸 수 있는 6일이 자주 부족했었음. WA에 돌아와서는 모텔에서 3시간도 못 자고 다시 공항에 가거나, 차에서 눈을 붙이고 해야 했었음.

한번은 스윙 끝나고 캔버라에 간 적이 있음. 내가 지금 생각해봐도 정신나간 계획을 세웠음.

  1. 도착해서 차 렌트. 우버 카 쉐어로 토요타 Rav 4 렌트. 알파인 지역을 가야 해서 4륜 구동이 필요했음
  2. 모텔에서 하루 쉬기
  3. Cooma를 거쳐서 코지오스코 국립공원으로 이동
  4. Long Plain 입구에 주차하고 산행 시작
  5. 이틀에 걸처서 ~45km 산행하고 나서 Cooma 모델 체크인
  6. 하루는 Thredbo에서 스키 타고 놀기
  7. 나머지 하루는 Perisher에서 스키 타고 놀기
  8. WA로 돌아오기

이 계획을 하기 전에 한번 빅토리아 주의 Dinner Plane에서 크로스 컨트리 스키타고 눈에서 캠핑하고 나머지는 Falls Creek에서 다운힐 스키를 탄 적이 있어서, 자만심에 더 계획을 크게 잡은게 화근이 된 것 같음. 탐사 드릴링은 육체적으로 꽤 힘든 일임. 그렇게 힘들게 일하면서 산행하고 스키타는게 너무 재미있었던 나머지 잊고 살았던 것 같음.

https://www.nationalparks.nsw.gov.au/-/media/visitor/files/pdf/brochures/kosciuszko-national-park/high-plains-area-walks-and-rides-brochure.pdf

Parks map

산행 막바지에 체력이 딸려서 자주 땅에 드러누워 쉬었음. 자동차 키를 가방에 넣어두지 않고 바지 주머니에 넣어 뒀었는데, 어느 순간 확인해보니 자동차 키가 주머니에서 빠짐.. 아아아아. 기분 잡쳤지만, 그래도 산에서 빠져나와 했으므로 열심히 걸어서 입구로 빠져나왔음. 기분 때문에 텐트에서 잠이 안왔다. 그래서 그냥 해뜨기 전에 걷기 시작해서 입구에 한 6시 정도에 도착함. 내가 여기서 입구라는 단어를 썼는데, 설악산 국립공원 같은 입구가 아니라 그냥 도로 시작 부분임. 주변에 민가 하나 없는 곳임. 바로 앞에 내 렌트카가 있었지만 키가 없어!! 외진 곳이라 몇 시간동안 히치하이킹 시도를 해보고 택시를 부르거나 걸어 나올 각오를 하고 있었음.

다행이게도 빠져나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였음. 운이 좋았음. 주변에 Snowy Hydro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주변 숙박 시설에서 출근하던 인부의 차를 얻어 탈 수 있었음. 그 차가 멈추기 전에 여러 비슷한 차가 많이 지나갔는데, 당시에 안개가 짙게 껴있었음. 나를 태워준 인부분들이 말하기를 도로에 서있는 나를 보기 어려웠다고 함. 헛것을 본 줄 알고 신기해서 멈춰 본 거라고 함. 일터로 간 다음에, Cooma에서 가져와야 할 물건이 있어서 나가는 트럭이 있었고, 그 트럭을 얻어 타서 나올 수 있었음. 공사장 인부들이 모두 격식있고 친절해서 다행이었음. 질 나쁜 촌뜨기가 많은 QLD 아웃백이나 WA Kimberly 지역에서 이런 일 당했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음.

Cooma로 나가면서 폰 신호가 잡히자 마자 차주에게 키를 잃어버렸다 문자를 남김. 참고로 Uber Carshare는 개인끼리 차를 빌릴 수 있는 플렛폼이고, 렌트카 회사가 전혀 연관되지 않은 서비스임. 다행이도 차주가 여분 키를 가지고 있어서 내가 차주 집까지 가서 받을 수 있었음. 쿠마에는 9시도 안되서 도착했음. 지역 주민에게 다시 국립공원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는데, 택시 밖에는 없어 보였음. 여유롭게 버스 타기 전에 카페에서 아침 먹고 캔버라로 떠남. 택시타고 차주 집으로 가서 키 얻고 다시 도심에서 기다렸다가 당일날 바로 다시 쿠마로 옴. 오자마자 버스 정류장에서 바로 택시 탈 수 있도록 기사와 예약을 잡아둠. 택시비로 넉넉하게 $500를 뽑아 둠.

계획대로 6시에 도착해서 바로 택시에 탐. 110km를 가야 했음. 밤이 되기 시작했음. 날씨를 확인하니 밤에 눈이 올 수 있는 확률이 있었음. 확률이 그리 크지 않고, Snowy Hydro 프로젝트 때문에 제설 작업이 잘 되고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했는데, 한 40분 정도 가니까 눈이 내리기 시작함.. 이런 곳에 가는데 좀 신경 써서 4륜구동이나 스노체인이 있는 택시를 배차를 해줄 줄 알았는데, 그건 안일한 생각이었고, 배차된 택시는 와이퍼조차 제대로 돌지 않았고 타이어도 싸구려였음. 진눈깨비 살짝 오기 시작하자마자 바퀴가 헛도는게 느껴졌음. 택시 기사도 점점 스트레스 받고 있었음.

“Where the hell is this cave??!!”

아아아아아…. 지도를 확인하니 거리가 그리 나쁘지 않아서 그냥 걷기로 했음. 이럴 상황 대비해서 음식도 좀 사왔음. 택시비로 현찰 한 $250 얼마 낸 것 같았음. 기사가 나를 허허벌판에 떨구는 것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음. 이럴거 알고 준비해 왔다고 몇 번씩 설명해야 했는지.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던 차들도 멈춰서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봤었음.. 국립공원 쪽으로 올라가는 차는 프로젝트 중장비 말고는 거의 없었음.

Walk map

// 택시에서 내린 정확한 지점을 당시 지도에 저장하지는 않음. 기억 상으로 내린 곳에 전화 기지국이 있었음. 확인해 보니 도로 왼쪽에 기지국이 있는 곳은 저기밖에 없어서 저기로 보임… 30km라는 거리도 맞아 떨어지고

이 때까지만 해도 내가 유튜버가 되겠다는 생각을 안하고, 이런 산행도 사생활로 취급하던 시절이라 vlog 남길 생각을 안 함. 걸을 때는 참 희한한 인생 살고 있다는 별 생각을 다 함. 언덕을 오를 때 눈이 좀 내렸고 바람이 많이 불었음. 한 자정이 되어서 날씨가 잠잠해져서 다행이었음. 그렇게 30km를 밤새 걸어서 차에 도달했음. 다행히 이번에는 차 키 안 잃어버림. 차 시동도 문제없이 걸렸고, 4륜구동도 문제없이 잘 돌아서 안전하게 쿠마로 내려왔음. 차 시동 걸었을 때는 새벽 2시 반 정도 됬었고, 쿠마 모텔 방에 들어갔을 때 시각은 4시 경. 택시에서 내린 시각을 대략 7시라고 잡으면 7시간을 걸었다는 뜻. 발까락에 물집 다 잡혀있었음. 스키타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음. $300 내고 예매한 리프트권은 날려먹었다.

캔버라에서 차 인수 받기 전에 차 상태를 확인했음. 마이닝에서는 prestart라고 하는데,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차량의 각종 오일이나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임. 내가 그게 몸에 배어있어서 항상 렌트할 때마다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음. 나중에 차에 문제 있어서 사고나면 법적으로 렌트 업체나 광업회사를 탓 할 수 없고 무조건 운전자 잘못이라는 것이 호주 현지법률임. 렌트한 토요타에 킬로수가 좀 있는데 보링을 안한 듯 함. 그래서 싸게 나온 대신 엔진 오일을 많이 먹는 모양이었음. 엔진 오일이 찍히지 않아서 차주한테 오일을 받아 넣었는데, 그거 다 넣고도 안찍혀서 주유소가서 내가 직접 오일을 사 넣어야 했음… 만약 내가 그렇게 안하고 오일 없이 몰았었으면 문제가 더 심각했을 수 있음.

나머지 이틀은 모델 방에서 하루 종일 잠. 너무 피곤해서 잠깐 일어나서 밥먹고 자고, 물먹고 자고 해서 거의 20시간을 잔 듯. 그렇게 자 본건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부산으로 출장 내려가서 이틀 연속으로 일한 게 마지막이었음. 퍼스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밤에 있었음. 그래서 캔버라에 돌아가서 시간적 여유가 되서 열쇠집에 들려서 키를 새로 파주기로 했음. $300 들음… 별로 할게 없어서 주변에서 짜장면(Soy Sauce Pan Fried Noodles) 시켜서 도로에 앉아서 먹으면서 어떻게 하나 지켜봄. 차 키 복사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키가 복잡하고 크다 보니까 집 열쇠처럼 단순하게 복제가 안 됨. 계속 들락날락 하면서 다듬고 수정해야 함. 그리고 토요타 펌웨어는 원격 키를 차에 프로그램하려면 차 문을 몇번 열었다 닫아야 하나봄. 열쇠공이 잘 할줄을 몰라서 문을 몇 번이나 열어 재끼던지. 결국 다른 사람이 나와서 도와줘서 해결할 때까지 한 100번은 열었다 닫은 느낌임. 차주한테 더 미안해 졌었음.

차 반납할 때 Supercheap Auto에 들려서 세차용품 서서 차 깔끔하게 세차하고 청소하고 반납함. 눈에서 운전해서 하부세차도 해줌. 새로 판 키와 대략 상황을 설명한 쪽지를 남겨둠.

이런 경험 했으면 더 조심하겠지 생각했지만, 이 사건이 마지막이 아님.. 이 이후에도 비슷한 실수를 한두번 더 함.


Long Plain 산행은 전반적으로 괜찮았음. 겨울이라 사람도 없어서 더 좋았음. 야생마가 너무 많아서 산행로가 말똥으로 뒤덥혀져 있는 것 말고는 다 괜찮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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